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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방을 넘어; 도시에 균열을> 후기

    <자기만의 방을 넘어; 도시에 균열을> 후기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인큐베이팅 입주단체의 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샘으로부터’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11월 16일, 토요일 반나절 <자기만의 방을 넘어: 도시에 균열을>을 주제로 인큐베이팅 ‘샘’의 임경지 활동가를 모시고 ‘성평등한 주거를 위한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1) 랜선 집들이

    우리가 사는 집을 ‘그냥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자세히,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1) 지금 사는 집을 선택한 이유, 2) 앞으로 집을 선택할 때 가장 눈여겨볼 점

    생선을 구워먹을 수 있는 주방이 분리된 집, 친구 초대를 위해 공용공간이 넓은 집, 함께 사는 사람과 생활패턴이 달라 공용공간이 좁은 집 등을 원하는 다양한 수강생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기소개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미리 제출한 집과 관련된 사진을 통해 “랜선 집들이”를 실시했습니다. 자신의 주거공간, 스스로 의미있는 공간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옷이 쌓여있는 의자, 책장, 집에 걸어둔 드라이플라워, 내 침대에서 보이는 창 밖의 풍경, 고양이 중심의 집안 동선을 깨달은 후 찍은 거실 사진 등 …

    2) 집 만들기선택과 협상의 긴장 관계 속에서

    ‘랜선집들이’ 이후 임경지 활동가의 꿀팁을 쏟아내는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피터팬, 직방, 다방 등 민간 플랫폼과 LH, SH 등과 같은 공공 플랫폼, 그리고 은행, 서울시 및 국토부, 임대인, 공인중개사 등 집을 둘러싼 주요행위자와 한국의 주거정책의 역사와 흐름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책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 연령으로 청년을 구분하는 것이 적합한 기준인지, 여성안심정책이 여성을 오히려 고립시키고 사회의 닫힌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정책은 아닌지 등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3) 좋은 집, 고르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나의 집에서 시작해 어느새 국가의 주거 정책, 여성의 안전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돌봄(살림, 가족)’, ‘안전(이웃, 타인)’을 키워드로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원하는 좋은 집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고 실거래가를 확인해서 임대인과 협상하는 법, 유익비 상환청구권 등 집을 구할 때 필요한 꿀팁을 대방출하였습니다.

    소규모로 진행되었기에 더욱 진솔하고 깊이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서울에 사는 우리들에게 ‘자기만의 방’은 어떤 의미인지 나누고 자기만의 방을 넘어 이웃과의 관계, 동네, 마을과 국가로 이어지는 연결점을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년 주거정책 관련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 임경지 활동가의 앞으로의 활동과 내년 ‘샘으로부터’의 기획이 벌써 기대됩니다. 🙂
    함께 해주신 참여자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변화의월담]  후기

    [변화의월담] <노동하는 몸, 회복하는 몸: 이 둘의 화해와 공존을 위해> 후기

    <노동하는 몸, 회복하는 몸: 이 둘의 화해와 공존을 위해> 후기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인큐베이팅 입주단체의 역량강화 프로그램 ‘샘으로부터’를 진행하였습니다.

    10월 24일~11월 7일 3주간 <노동하는 몸, 회복하는 몸: 이 둘의 화해와 공존을 위해>라는 주제로 인큐베이팅 단체인 ‘움직임교육연구소 변화의 월담’과 함께 몸으로 경험하는 탐구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이 워크숍은 머리로만 고민하는 게 아닌 직접 몸으로 만들어 나가는 체험형 리서치 워크숍으로 참가자들은 매 시간 새로운 경험을 통해 각자 몸의 감각을 깨웠습니다.

    노동하는 몸은 결국 아플 수밖에 없을까

    첫 번째 시간에는 ‘노동하는 몸은 결국 아플 수밖에 없을까’라는 주제로 몸의 균형과 감각을 깨우고, 두 번째 시간에는 ‘자기계발의 강박에서 벗어난 회복의 몸사위’로, 척추를 늘이고 몸을 돌보는 움직임을 소개하였습니다. 세 번째 시간에는 ‘노동하는 몸이 스스로를 돌보는 문화’라는 주제로 어떻게 주변 환경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공간과 새롭게 만날 수 있을지 살펴보았습니다.

    자기계발의 강박에서 벗어난 회복의 몸사위

    참가자들은 체온과 비슷하고 무게도 머리의 무게(5kg)와 비슷한 물주머니를 들기도 하고, 고무줄을 활용해서 몸의 척추를 느껴보기도 하고, 높은 의자 혹은 낮은 의자에 앉을 때 느끼는 불편함, 서기, 일부러 넘어지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몸이 노동을 하면서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 회복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이 필요했는지, 그리고 문화나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왜 계속 아플 수밖에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노동하는 몸이 스스로를 돌보는 문화

    참가자들은 매 시간 자신의 몸을 통해 겪은 느낌과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오늘 골반 움직임을 해보니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 그러면서 받았던 제약들이 집중적으로 축적되어 있는 부분이 골반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는 앞으로 쏟아지듯 계단을 올랐는데, 오늘은 뒤쪽의 힘을 이용하라는 가이드를 듣고 오르니 뭔가 가볍게 계단을 오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주 옛날에 내가 이런 식으로 계단을 올랐던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 감각을 까먹었을까요? 신기하네요.”

    “노동을 하면서 앉아만 있지 않고 서거나 앉는 자세를 바꾸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면 주변의 시선이나 개입을 받아야 할 때도 있어요. 일상에서의 회복을 나만 시도한다고 변할 수 있지 않고 조직 내 문화의 인식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걸 알게됐어요.”

    “작은 조직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야근을 하거나 스트레칭이 필요하다고 알지만 하지 못하는 등,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을 수 없이 돌아가는 환경이라 고민이 많아요. 우리 조직이 다같이 이 강좌를 듣고 싶어요.”

    참가자들은 세 번의 강좌를 통해 일상에서 자기 몸에 대해 자각하고 당연하게 생각해온 노동환경과 문화를 낯설게 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상 안에서 움직임을 늘일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을 지속적으로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활동가들이 아픈 이유’, ‘십수년간 학생으로 살며 망가진 몸’, ‘일터와 일상에서의 힘듦이 몸으로 드러나는 것’ 을 해결하고자 이 워크숍을 신청하였다고 합니다.
    이 워크숍을 통해 궁금한 점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길 바라고, 앞으로도 노동하면서 잘 회복할 수 있는 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나갈 변화의 월담과 참여자들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 [변화의월담]  억압의 벽들을 넘어 ‘회복하는 몸’의 이야기, 월:담

    [변화의월담] 억압의 벽들을 넘어 ‘회복하는 몸’의 이야기, 월:담

    억압의 벽들을 넘어 ‘회복하는 몸’의 이야기, 월:담

    2019 페미니스트 ACTion! ⑳변화의월담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리조, 유닐

    보호받고 싶어서 쌓은 이 스스로를 억압할 때

    우리는 모두 나만의 담을 쌓는다. 우리 안의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쌓은 담이다.

    인간은 포유류 중에서 가장 발달이 덜 된 상태로 태어나 오랜 시간 양육과 돌봄을 필요로 하는 매우 취약한 존재다. 돌봄 받기 위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모습만 드러내고 그러지 못할 것 같은 모습들을 내면 깊이 숨긴다. 스스로 생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담’들은 외려 자신의 본래 자아를 억압하고, 솔직한 자기 자신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움직임교육연구소 변화의월담(이하 ‘월담’)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월담에서는 단순히 생존 혹은 연명을 넘어 풍요롭고 생기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기대고 보호받고 싶어 쌓은 벽들을 스스로 딛고 올라 넘는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움직임 교육’(embodied movement education)을 연구하고 실행한다.

    사람이 살아있는 생명 자체로 자유롭고 존엄하게 살지 못하는 현실에서 무엇이 우리 존재를 부정하고 위협하는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담을 쌓아왔는지, 자신 안팎에 존재하는 다양한 억압을 몸과 움직임으로 마주하고 넘어선다.

     

    관계의 벽을 넘어보기

    먼저 우리가 극심하게 겪고 있는 ‘관계에 대한 벽’을 넘어본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필요로 하는 가장 근본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접촉’을 이해하고 회복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로 판단되고, 원치 않는 욕망의 대상이 되고, 특정 목적을 위해 쓰이고 버려질 것에 대한 깊은 상처와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 월담 교육에서는 그 두려움을 직면하는 방법으로 사람 존재 그 자체로 서로를 대하는 ‘접촉’을 배우고 경험한다. 이때 접촉은 학습된 경직과 불편함을 완화시키고, 자기 자신과 타인, 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섬세하고도 강렬한 접촉으로서의 레슬링을 경험한다. 레슬링(wrestling)은 ‘씨름하다’(wrestle)라는 뜻을 가졌는데, 본질적으로 이 팽팽한 밀고 당김의 역학이 발생하려면 먼저 두 주체가 접촉하고, 맞닿은 몸을 통해 서로를 읽어야 한다. 한쪽이 상대에 대한 감각 없이 일방적으로 힘을 가하고 파괴하려 한다면 레슬링에 대해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 레슬링이 탄생한 그리스에서 어린아이부터 국가대표 선수, 무용수까지 많은 사람을 가르쳐 온 할아버지 코치 디미트리로부터 배운 점이다.

    온몸으로 상대와 만나려면 신뢰 쌓기부터 시작한다. 나의 한팔이 상대의 상체를 감싸고 나의 머리부터 어깨, 가슴이 상대와 맞닿으며 눈으로 보지 않고도 촉감으로 상대 몸과 움직임을 읽는다. 다른 손은 마찬가지로 나의 상체를 감싸고 있는 상대방의 팔뚝을 붙잡고 움직임을 컨트롤하려 한다. 이렇게 두 사람이 접촉하며 몸으로 만나고 몸으로 읽고 뜨겁고 팽팽한 에너지를 나누는 과정은 경직되어 있어 부러지기 쉬운 딱딱한 강함이 아닌, 탄력적이고 유연한 강함을 가르쳐 준다.

     

    이 과정에는 사람에게 열고, 녹아들고, 무너져야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있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만이 나눌 수 있는 뜨겁고 진정성 있는 에너지가 있다. 그 힘과 에너지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걸 처음 느낄 때는 절로 탄성이 나온다. 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나, 나의 에너지, 섬세하고도 강렬한 몸의 만남. 이 발견과 배움을 가능케 해 준 몸-파트너들에게는 신기한 동료애와 감사함,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람에 대한 벽을 뜨겁게 허물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자기 자신과 인간관계가 있다.

     

    몸을 억압하는 세상의 벽 넘기

    몸을 억압하는 세상의 벽들을 넘어본다. 왜 나의 몸을 감싸는 옷과 신발은 내 몸을 압박하고 축소시키고 경직되게 하는지. 왜 내가 사는 ‘공간’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부유하는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는지. 주변 환경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탐색하는 호기심과 모험심은 언제부터, 어떻게 사라졌는지. 왜 돈을 쓰지 않고는 마음 편히 머물며 영위할 수 있는 공간과 놀이, 관계를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어졌는지.

    마음 놓고 내 몸으로 살 수 없게 하는 수많은 규범과 구조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직접 몸으로 균열을 내는 움직임을 시도한다.

    몸이 일상 지형, 사물과 맞닿으며 무게, 질감, 압박, 온도 등 몸에 미치는 여러 영향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감각을 깨운다. ‘관리’라는 명목하에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소외시키는 환경 요소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정형화되지 않는 몸의 놀이와 탐색, 도전의 재료로 활용한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고, 호기심과 신뢰, 살아있는 몸으로 주변 세상을 탐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과 공간을 열어준다.

    일상 환경과 접촉하며 힘을 주고받는 지지 관계를 발견할 때, 몸은 비로소 두려움을 내려놓은 채 놀이하고, 성장하며, 잠재력을 펼쳐갈 수 있게 된다. 움직이는 세포들로 매 순간 변화하는 몸을 경험할 때, 나이, 젠더, 신체 특성들에 개별적 맥락 없이 부여되는 문화적 편견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이미지를 넘어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몸과 만나게 된다.

     

    “저는 삼십 대 끝자락이거든요. 삼십 대 안에 출산, 육아의 큰 과정에 세 번이나 있었어요. 지금 몸에 대한 큰 당혹스러움이 있어요. 옛날과 다르고, 막막하기도 하고 ‘예전처럼 돌아가기 위해 관리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그러면 지금의 나를 미워하고 부정하게 되어요. 그러고 싶지 않아서, 지금의 나를 즐겁게 만나고 싶어서 월담을 하게 되었고, 너무 즐거웠어요. 몸과 감정이 굉장히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두려움과 경직의 관계.

    ‘공간과의 관계’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사실 이 공간과의 관계도 맺고 살았었구나 느꼈어요. 어떤 건물을 들어갈 때도 그 안에 있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들어갔는데 사실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 건물과도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구나 싶었어요.”

    -홍동 <월담: 내면과 세상의 벽을 넘는 움직임 이야기> 교육 소감

     

    여성()을 벗어나기 위한 원피스 월담

    내 몸에 더 솔직하기 위한 저항은 단지 취약한 개인의 외롭고 소모적인 투쟁에 그치기 쉽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 진실된 지지 속에서 단단한 연대로 연결된다면, 내 몸의 저항과 해방은 더 많은 우리들의 해방의 관계망 속에서 깊이가 더해지고 지속이 가능해진다. 개인의 저항을 우리들의 담대한 도전으로 실현시킨 실험 중 하나가 바로 ‘원피스 월담’이다.

     

    월담의 공동창립자 유닐은 어릴 때 하나 슉 입고 밖에 후다닥 나가 놀기 위해 원피스를 즐겨 입었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노는 데에 최적화된 옷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유롭게 뛰어놀던 ‘온전한 몸’이 ‘여성(의/스러운) 몸’이라는 강력한 프레임과 이미지로 판단되기 시작했다. 몸에 대한 수치심과 상시 검열, 조신함 따위의 특성들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또 끊임없이 요구되었고, 그것들을 내면화하면서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찾아가야만 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근본 없는 의문과 의심, 차별, 질타와 공격을 받기도 했고, 목소리 내는 것을 제지받기도, 고유한 존재 자체를 위협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원피스도 자유로운 움직임과 실용성 같은 멋진 특성들을 잃고 ‘여성스러운 몸’의 이미지에 맞게, 그 이미지를 강화하는, 몸을 압박하고, 움직임을 제한하고,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으로 몸을 검열하게 하는 ‘코르셋’으로 변해버렸다.

    월담을 시작하고 몸 공부를 하면서 그 예쁜 옷들이 몸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살 빼는 것이 목적인 운동을 하는, 고통을 인내하고 완벽한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과 과정을 겪는 자신과 동료들의 모습이 안쓰러워졌다.

    월담에서는 지금 자신의 몸을 부정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움직임에서 스스로가 재밌고 신나면서도 개개인의 몸에 따라 고유한 움직임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누고 싶었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동료들과 함께 “원피스 하나 슉 입고” 도심에서 파쿠르를 하는 ‘원피스 월담’ 교육을 꾸렸다.

     

    “다른 사람을 보며 다른 몸을 기준점으로 내 몸을 질타하고 나를 게으르다 평가했다. 누군가보다 빠르게 달리지 못하는 나는 “달리기를 못해요”라고 말했고, 또 누군가보다 큰 나는 ‘살이 좀 쪘다’고 생각했다. 나의 두 다리는 나의 기억이 닿지도 않는 시점부터 달리고 있었고, 나의 몸은 내가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진정 ‘살아있는 몸’이었다.

    학교에선 ‘안전’이 가장 중요했지만 정작 그곳에서 있는 내가 안전한 곳은 없었다. 내가 만났던 체육 선생님이 과연 우리의 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가슴에 적응되지 않는 채 달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생리대가 새진 않을까, 체육복에 피가 묻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몸을 움직이는 게 어떤 것인지. 그저 가리고 숨기며 나의 몸의 능력을 잃어가는 시간들로 채워진 학교의 시계. 몸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 우리들은 쉽게 자신의 몸을 미워하고 다른 몸을 평가하고 혐오의 말을 쏟았는지도 모른다.”

    -월담 교육 참가자의 회고글 중

    벽을 넘게 되면 만나게 되는 변화, ‘회복

    벽을 넘다 보면 사람을 살아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나와 타인, 진심으로 동료라 부르고 싶은 이들을 만난다.

    사람을 살아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뼈, 근육, 근막(fascia), 장기, 인대, 신경계, 호르몬계 등을 구성하는 수십, 수백 조의 세포들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의사결정을 하며 서로 갈등하고 협력하는 매우 복잡한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끝없는 배움의 여정이 필연적이다.

    몸을 단순히 이성의 뜻대로 따라와 줘야 하는 부속물이거나 보여지는 편협한 이미지의 총체로 취급하는 패러다임을 일상에서 끊임없이 인지하고, 감내하며, 변화시키려 하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몸에 저지르는 가장 평범한 악행에 대한 치열한 저항이다.

    결국 벽을 넘었을 때 만나게 되는 변화는 ‘회복’이다.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적응력과 소생력을 발휘하는 조력자이자, 삶의 맥락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경이로운 보고로서 몸을 만나게 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입체적이고 신비로운 몸(의 구조, 원리, 작용들)을 만났을 때 탄성을 자아내는 놀라움, 참을 수 없는 호기심, 지지, 그리고 삶의 동력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나만의 담을 쌓는다. 그러나 담을 넘어 사람과 세상을 향해 몸을 열 때 비로소 배움과 성장이 시작된다. 변화의 월담을 하는 과정은 결코 혼자가 아니어야 하기에, 변화의월담은 더 많은, 더 다양한 몸-동료를 찾아 나서는 교육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험할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에서 시작한 <월담: 자기 내면과 세상의 벽을 넘는 움직임 이야기>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자신을 부정하고 억압해야 했던 다양한 맥락의 아픔을 지닌 몸들이 모여 놀라운 몸의 능력을 발견하고, 서로 참을 수 없는 호기심과 지지를 나눌 때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한 에너지의 장이 만들어진다. 인간적인 삶의 온도를 나누는 겨울 월담 교육에 함께 할 동료들, 그 몸들과 만나며 겪게 될 상상 이상의 배움을 기다리고 또 기대한다.

    * 움직임교육연구소 변화의월담 페이스북 페이지 https://facebook.com/wallda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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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름고모리] 환경단편영화 [숨:] 대상 감독 인터뷰

    [필름고모리] 환경단편영화 [숨:] 대상 감독 인터뷰

  • [유니브페미] 대학 페미니스트들, 대학 밖에서 리부트! 인터뷰, 유니브페미

    [유니브페미] 대학 페미니스트들, 대학 밖에서 리부트! 인터뷰, 유니브페미

    회로: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에서 인큐베이팅 룸이라는 사무실을 얻었다고 들었어요. 입주 지원서에 어떤 점을 강조해 적었나요?

    서영: 주로 저희가 성대에서 겪은 얘기를 많이 썼어요. 9년 만에 총여를 재건하려 했지만 입후보하자마자 총여 폐지가 학생 총투표에 부쳐졌고, 보이콧 운동을 해 성공했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투표 기간이 연장되어 결국 투표가 성사되어 총여가 폐지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우리는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마녀행진’ 등 꾸준히 활동해왔고 앞으로도 활동할 것이라고요.

    총여가 폐지되기 시작한 것은, 총여가 잘못했기때문이 아니라 총여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니, 앞으로도 이런 모임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고, 구심점이 되기 위해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죠. ‘마녀행진’에서 여러 대학의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면접에 가서는 올해 안에 회원 1000명을 모으겠다는 포부도 밝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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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으로부터  워크숍(11/16, 토)

    샘으로부터 <자기만의 방을 넘어: 도시에 균열을> 워크숍(11/16, 토)

    성평등한 주거를 위한 워크숍 <자기만의 방을 넘어: 도시에 균열을>

    본 프로그램은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인큐베이팅룸 ‘샘’ 입주단체 셀프기획강좌 [샘으로부터]의 일환으로 진행합니다.

    1929년에 발간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경제적, 물리적 안정이 여성에게 가능성으로 전환되어 “무엇이든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된 지금 한국, 특히 서울에 사는 우리들에게 ‘자기만의 방’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드디어 가족으로부터 떠나온 안락한 곳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방’이 되기도 한다. 독립과 빈곤의 경계가 선명하지 않아서 이 두 가지를 모두 느끼는 이도 있다. 더하여 최근에는 ‘안심’이라는 이유로 도시 곳곳에, 휴대폰에, 전봇대에, 화장실에 다양한 정책들이 자리잡고 있고, 여성들의 몸에 각인되고 있다.

    과연 이런 정책들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여성을 다양한 도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일까. 자기만의 방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나와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는 도시를 꿈꿀 수 없을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부터 그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 프로그램

    1) 랜선 집들이

    2) 나, 집, 국가의 관계, 그리고 여성

    3) 좋은 집, 고르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 일시: 2019년 11월 16일(토) 오후 1시~6시

    – 장소: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숨1

    – 강사: 임경지

    _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석사과정

    _ 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 대상: 집에 다양한 관심이 있는 성평등활동가 15명 이내

     

     – 신청방법: https://bit.ly/31ArdNv (선착순 마감)

    – 참가비: 무료

    – 문의: 02)6258-1023 / seoulgenderequity@gmail.com

  • [변화의월담] 샘으로부터

    [변화의월담] 샘으로부터 <노동하는 몸, 회복하는 몸: 이 둘의 화해와 공존을 위해>

    [노동하는 몸, 회복하는 몸: 이 둘의 화해와 공존을 위해]


    움직임교육연구소 변화의월담이 ‘몸’, ‘노동’, ‘회복’이라는 키워드로 몸으로 경험하는 주제 탐구 워크숍을 엽니다!

    더 이상 머리로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만들어 나가는 체험형 리서치(experiential learning & research) 워크숍입니다.

    다양한 몸의 노동과 회복에 관심 있는 활동가, 시민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깨어나는 감각으로 

    노동과 몸을 둘러싼 규범과 환경을 낯설게 보고 자기 돌봄이 수반된 일상의 문화를 실험합니다.

    본 프로그램은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인큐베이팅룸 ‘샘’ 입주단체 셀프기획강좌 [샘으로부터] 의 일환으로 진행합니다.

          1강 (10/24): 노동하는 몸은 결국 아플 수밖에 없을까
    2강 (10/31): 자기계발의 강박에서 벗어난 회복의 몸사위
    3강 (11/7): 노동하는 몸이 스스로를 돌보는 문화

    – 일시: 2019.10.24 – 11.7 목요일 7:00-9:30pm (총3회)

    – 장소: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1층 작은극장 어린 (1, 2강)
    & 공유동 6층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3강)

    – 대상: 다양한 몸의 노동과 회복에 관심 있는 성평등활동가(16명 정원)

    – 신청: http://bit.ly/2AL2TgW (선착순 마감)

    – 문의: 02-6258-1023

  • [유니브페미] “여학생ㆍ남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에요”

    [유니브페미] “여학생ㆍ남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에요”

    범대학 페미니즘 공동체 ‘유니브페미’ 인터뷰

    지난달 14일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유니브페미’ 준비모임이 회원가입신청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번째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승연, 설목, 은비, 권수경, 윤김진서, 노서영씨. 신혜정 기자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폐지될 수 없는 단체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달 서울 은평구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에서 만난 노서영(23)씨는 대학 페미니스트 연합모임인 ‘유니브페미(Univfemi: 대학 페미니즘)’를 꾸리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니브페미를 기획한 노씨는 성균관대 학내 페미니즘 모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를 이끌어 왔다. 이 모임을 이끌며 활동이 저조했던 총여학생(총여)를 재건하려 했지만, 오히려 학내에서는 ‘총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왔고 결국 투표 끝에 지난해 10월에 총여가 폐지됐다. 노씨는 “학생ㆍ교수 등 여러 사례의 미투가 나왔고 여기에 대학이 응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건데 결과는 반대였다”면서 당시 받았던 충격에 대해 털어놓았다. 총여를 재건하려했던 노씨는 부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대학에서 외롭게 미투운동을 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균관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하던 동료들과 올초 첫 만남을 가졌고, 7월부터 모임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았다. 두 달만에 130명이 넘는 발기인이 모였다. 성별ㆍ나이ㆍ소속은 달랐지만 모두 대학 내 성평등을 고민하는 이들이었다.

    성균관대를 비롯해 연세대ㆍ동국대에서 총여가 폐지되는 등 대학사회에 만연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는 유니브페미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 현재 대학생들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목격했고 ‘스쿨미투’를 해왔던 1990년대 후반생들로, 고등학교 때부터 페미니즘이 익숙한 세대이라고 생각했지만, 대학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발기인이자 성균관대생인 은비(활동명ㆍ20)씨는 “고교시절 자연스럽게 성평등을 얘기했기에 대학에 입학하면 더 깊은 논의를 할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이야기를 꺼내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취급을 받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성균관대 남정숙 교수가 성희롱 피해를 폭로할 당시 이를 도왔던 양승연(20)씨는 미투운동에 대한 대학 측의 냉담한 태도도 문제삼았다. 그는 “성희롱 피해 교수님들과 함께 집담회를 열려 했지만 행사 3일 전 대학 측이 공간사용신청을 반려했다”고 말했다. 그전까지 외부 초청 강연이 수시로 열렸음에도 대학 측은 ‘외부인사 활동은 안 된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었다. 페미니즘 활동과 관련해 대자보가 훼손되거나 대학 익명게시판 속 인신공격은 흔한 일이었다.

    유니브페미는 이런 분위기가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오해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균관대 재학생인 윤김진서(22)씨는 “여성 인권이 보장되면 남성의 권리가 축소되고, 여성 인권활동이 남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누굴 배척하려는게 아니라 여성, 남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정식 출범을 하는 유니브페미의 올해 과제는 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서 성평등공약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것. 성신여대 재학생 설목(활동명ㆍ22)씨는 “각 학교마다 당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대학이라는 공간을 학생뿐 아니라 교수ㆍ교직원 등 모든 사람들이 함께 성평등을 누리는 안전한 공동체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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